온라인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는 대학강사
체중문제로 인해 악화된 건강과 고립된 생활
그리고 깊은 슬픔 속에서 십 대 딸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더 웨일 기본정보
감독 : 대런 애러노프스키
출연 :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차우, 타이 심킨스, 사만다 모튼
각본 : 새뮤얼 D. 헌터
장르 : 연극원작, 드라마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시간 56분
“날봐 누가 자기 인생에 날 끼워주고 싶겠니”
“내 인생에서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단 걸 알아야겠어”
더 웨일 줄거리 요약
영화의 주된 내용은 죽음을 앞둔 찰리가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딸 엘리를 집에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찰리는 그녀와 친해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엘리는 찰리를 차갑게 대합니다
엘리의 엄마이자 찰리의 전 아내였던 메리도
찰리를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영화 속에서 그들이 찰리를 차갑게 대하는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메리의 경우 자신이 엘리를 잘 못 키우고 있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짓말을 했던 것이고
찰리가 엘리를 만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고,
엘리는 그동안 아빠의 부재를 느꼈지만 찰리 앞에서 그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죠.
아무리 자신의 아빠라고 하더라도
찰리는 딸과 아내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로 떠난 사람이었습니다.
가족들 사이에 여러 오해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그 오해들이 풀려가는 과정들이 있습니다.
찰리가 죽는 일주일간의 솔직한 감정들을 풀어내는 과정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더 웨일 결말 해석
거대한 고래가 나오는 소설 모비딕을 중요한 소재로 사용하는 한편,
고도 비만인을 뜻하는 비속어 이기도 한 고래라는 표현을
영화의 제목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는 주인공 찰리가 고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찰리는 모비딕에 대한 에세이 한 편을 애지중지하며 자주 읽습니다
딸 엘리가 8학년 때 쓴 에세이입니다
엘리는 모비딕을 잡는 데 집착하는 선장 에이허브에 자신을 투영합니다
하지만 고래는 아무 감정이 없기 때문에
그를 죽여도 삶은 그대로일 거라고 합니다
고래 모비딕에는 덩치가 컸던 아빠 찰리를 대입합니다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난 아빠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엘리지만
그 분노가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소설 모비딕을 통해서 배운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빠에 대한 분노가 없던 일처럼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구원해 주지 않는다는 걸 일찍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찰리 역시 딸의 글을 읽으며 스스로를 고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모비딕과 찰리 이 둘의 공통점은 덩치가 크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미움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래를 미움받는 사람으로 해석했습니다
강하게 표현하자면 혐오나 배척, 학대받는 사람들입니다
다양한 특징이 떠오르겠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모든 사람들입니다
단 한 명의 사람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완벽한 존재는 없습니다
딸 엘리도, 엄마 메리도, 선교사 토마스도, 간호사 리즈도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존재이기에
하얀 연기를 수증기처럼 내뿜는 고래입니다
찰리는 사람이 사람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을 빌려 생각해 보자면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이 있기에 미워하는 겁니다
길 한 구석에 자라난 잡초나 발 밑에 작은 돌멩이를
미워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것들에 아무런 관심이 때문입니다
딸 엘리가 아빠를 미워하는 건 그가 옆에 있어 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관심이 없는 존재였다면 미워 하기는커녕 기억도 못하겠죠
그런데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원인이 서로에 대한 관심이고
무관심할 수 없는 거라면 결국 미워하고 미움받을 수밖에 없는 걸까요?
찰리는 온라인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수업하는 내용은 세 번 나옵니다
찰리는 첫 수업 장면에서 본문보다 주제문에 집중하라는 내용을 가르칩니다
그래야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두 번째 강연 장면에서는 다른 책이나 글에서 가져온 것보다
자신의 생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딸 엘리의 에세이에 대해서도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주관적인 분석이 들어가야 한다고 가르치죠
그러나 죽음이 코앞에 왔을 때 사람에게 다시 한번 상처받고
폭식을 하던 찰리는 학생들에게 비속어가 담긴 메시지를 보냅니다
솔직하게 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찰리가 과거 엘리의 글을 최고의 에세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기가 사랑하는 딸의 글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진솔함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빠에 대한 미움과 사랑 충돌하는 괴로운 두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글이죠
사람은 사람에게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가짜를 연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가는 죽은 엘렌처럼 스스로를 파괴할 테니까요
이 영화의 오프닝은 선교사 토마스의 모습입니다
그 가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멀리서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주인공 찰리와 만나는 장면은
찰리가 보여주는 가장 최악의 민망하고 불편한 장면입니다
첫 대면에서 찰리를 불편하게 느끼는 한편
그걸 함께 목격한 사람은 토마스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흘러갈수록 우리는 토마스에게서 멀어지고
찰리에게 몰입하게 됩니다
딸을 만나기 전날 열심히 씻고 단장하는 찰리의 모습을 보고
주인공에 대한 호감이 본격적으로 올라갑니다.
가장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불편하지만
솔직한 모습으로 출발을 해서
서서히 호감으로 돌아서는 찰리
반면 토마스는 선량한 선교사의 모습에서
숨겨진 본모습이 하나씩 드러나고
나중엔 오히려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토마스는 마지막까지도 찰리를 구원해 주겠다고 말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혐오가 있습니다
그는 타인의 솔직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칩니다
하지만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피자 배달부 댄 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딸 엘리는 다릅니다
깨진 접시부터 녹음, 사진 촬영하고 sns에 업로드하고
엘리를 연출하는 것들은 모두 그녀를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합니다
엘리의 엄마 메리는 심지어 찰리에게 엘리가 악하다고 말합니다
토마스는 엘리 덕분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솔직하지 못한 토마스 대신 엘리가 모든 것을 말해버린 건데요
그가 훔친 2436달러는 320만 원 정도 되는 돈입니다
가볍게 혼나고 말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돌이킬 수 없는 큰 죄까지는 아닙니다
엘리의 행동이 정말 토마스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를 해하려 했던 행동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엘리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아이입니다
찰리에게 일어나서 걸어와 보라며 그를 강하게 압박하는 행동도
단순히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아빠를 세상 밖으로 꺼내려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웨일은 4:3 비율로 촬영되었습니다
찰리는 온라인 강의 속 까맣게 가려버린 4대 3의 화면처럼
숨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괴롭습니다
이 영화는 거의 모든 장면이 찰리가 사는 집 안 입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현관 앞과 계단 정도가 전부입니다
집이 넓지 않아서 좁은 화면에도 공간 대부분이 들어옵니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중점적으로 묘사하려는 찰리의 감정을 나타내는데
4:3 비율이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에
4:3 비율로 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찰리를 두고 빙빙 돌며 이동합니다
찰리는 몸을 돌리는 것도 어려워서 누군가 뒤로 돌아가버리면
얼굴을 보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꺼내고 싶지 않은 죽은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엘리가 억지로 끄집어낼 때 그녀는 찰리의 뒤로 옮겨가
무자비하게 그의 마음을 헤집고
오랜만에 재회한 아내 메리도 그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싸웁니다
더 웨일은 영화 내내 화면에 가득 찬 찰리가
움직이기 힘든 몸으로 긴 시간 애쓰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그가 일어서는 장면은 그의 덩치와 함께
가장 역동적인 연출을 보여 줍니다
맨 처음 리즈의 도움으로 일어서고
두 번째는 엘리의 요구로 버팀목 없이 일어서려다 실패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홀로 두 발로 일어서는 모습이 연출됩니다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그리고 고통에서 벗어난 것 같은 이 장면에서
우리는 그가 드디어 구원받았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구원은 신이 아니라 솔직한 마음을 내보인 찰리 자신과
그것을 도와준 딸 엘리에게서 얻었죠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외모를 보고 판단하고 미워하고 혐오하는 마음과
내면에 있는 진짜를 드러내라고 말하는 메세지를 보내는것 같습니다
겉으론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솔직한 내면을 보면 혐오하는
현대 사회의 인간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